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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여행 갈까



2014년 12월-

언니의 한 마디를 시작으로 막내의 말년 휴가 날, 남매는 여행을 떠났다.

짧았던 국내 여행을 술안주 삼아 복작대던 세 명은 매년 12월이 다가올 때마다 무언의 의무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듬해 연말부턴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여행인 캄보디아 - 앙코르와트를 마지막으로 지난 3년간의 삼 남매 여행일지를 써보고자 한다.





남매끼리 간다고?





네, 심지어 매년.


물론,

어떻게 매년 같이 가? 싸우진 않아?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가자고 한 사람이 돈 제일 많이 내면 안 싸워"라고.


언니가 들으면 서운해할 만한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의 여행 경비 반 이상이 언니의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사실 형제 자매끼리 여행을 간다, 라고 한다면 먼저 거부감부터 드는 게 모든 형제 자매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들과, 그들에게 쓰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무릇 가족이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살아야 애틋함이 생기고 소중함도 아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였기에 가까이 있는 그들은 나에게 귀찮은 존재였다.

하지만 점점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고, 앞으로 떨어져 있을 날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난 후엔 서로가 애틋해졌달까. 

(이런게 늙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원수 같기도, 애틋하기도 한 혈육들과의 여행은 어찌어찌 연말마다 계속 되었고 이번 연말에도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모든 여행의 시작은 항상 언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여행지 후보를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여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고 언니가 항공권을 예매하면 그제서야 나머지들의 여행 준비가 시작된다.

상대적으로 꼼꼼한 내가 분단위로 전체적인 스케줄을 짜고, 컨펌을 통해 정해진 일정대로 숙소와 여러가지들을 예약한다. 

모두들 여행 날짜즈음 바빠지기 때문에 짐은 항상 그 전날이나 당일에 꾸리기 때문에 엉망진창이다. 

가기전 역할이 미미한 동생은 여행지에서 짐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역할이 너무 확실히 정해져 있어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불만이 없는 여행인것 같기도 하다.


처음 쓸 여행기는 가장 최근에 다녀온 중국 운남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听不懂(팅부동),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思密达(쓰미다) 이다.

중국말이라곤 팅부동을 비롯한 몇 마디 밖에 모르던 우리의 10일 동안의 여행기를 시작하며, 따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샹그릴라까지 동행하며 배웅해줬던 중국 친구들을 추억한다.


겸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