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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씨트립과 동방항공의 콜라보를 극복하고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18일 열두시,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당시 신입 사원이었던 나는 밤새 수정작업을 마치고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따리와 리장은 따뜻한 편이지만 옥룡설산과 샹그릴라는 영하의 날씨여서 당최 어떻게 짐을 꾸려야할지 몰라 고민이 되었다.

결국 두꺼운 옷 보다는 바람막이나 자켓 위주로 챙겨서 캐리어에 구겨 넣고는 집을 나섰고, 언니는 병원 근무를 하고 나서야 합류했기 때문에 캐리어에 싼 짐을 확인도 못해보고 같이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떠나기 전에 먹으려고 샀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공항 소파에서 허겁지겁 먹어치워야 했고, 면세 쇼핑도 하지 못한채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그 덕에 빨리 들어올 수 있긴 했지만.


아이스크림 케익 위에 붙어있던 위베어베어스. 

우리 셋 같다고 웃으며 떠들다가 늦을 것 같아서 결국 버렸다 (T T)



김포에서 상해로 가는 비행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중국동방항공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중국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뒤에선 꼬마가 발길질을 해댔고 앞자리 중국인은 의자를 내 코앞까지 내린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상해에 내려선 다시 짐을 찾고 부쳐야했다.


홍차오 1공항에서 2공항으로 가려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공사중이라 물어물어 눈치껏 찾아갔다.

버스 간격이 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홍차오 2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 안.


가는 동안 바깥 풍경엔 빨래를 길게 널어놓은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서울보다 집 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론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지만.



셔틀 버스 밖의 풍경

셔틀버스를 타고 무려 20분이 넘게 걸렸다. 역시 대륙.




도착한 제 2공항은 1공항보다 시설이 좋았고, 와이파이도 빵빵했다.


수하물을 보내고 자리를 옮기려는데 갑자기 공안이 따라오라고 했다. 

처음엔 잘못 불렀겠거니 싶어 여유만만하게 따라갔지만 작은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부터 조금씩 무서워졌다.

하지만 정말 가방 안에는 걱정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 배터리나 필름 때문에 부른거냐고 도리어 물어보기도 했는데, 형부가 빌려준 가방 안 주머니에서 라이터가 발견되었다.

우리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아니라고 해명하기 시작했다. 

셋 다 흡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황했을 뿐만 아니라 미리 가방 검사를 했었기 때문에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김포 공항검색대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공안은 억울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 되었는지 그냥 보내주었다. 

+테러범으로 몰려 집으로 돌려보내질까봐 너무 무서웠다 (T T)





한바탕 소란을 겪고 탑승한 쿤밍행 비행기는 2시간이 넘게 연착되었다.
비행기 덕에 모자란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우리가 전 날 비행기 시간을 안바꿨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정말 아찔했다.

+왜 연착이 되냐고 물어보니 승무원은 그저 다음에 타야할 비행기가 있냐며 물었고 우리가 없다 대답하니 굿포유 (^^)b 하고 엄지를 세우곤 가버렸다.



드디어 쿤밍





공항에서 짐을 찾는데 수하물로 붙였던 백팩 옆 주머니에 넣어뒀던 블루투스 스피커가 사라져있었다. 

상해에서는 분명히 있었는데, 어딘가로 빠져버렸는지 직원들도 못 찾겠다고 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유심칩을 사러 갔다.

편의점에서 100위안짜리 1.5gb 유심칩을 사고 중국 번호를 받아 적은 뒤 2번 버스(75위안)를 타고 쿤밍역으로 출발했다. 

편의점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고, 친절한 안내원 언니 덕에 쿤밍역에서 무사히 잘 내릴 수 있었다.


공항 앞에 서있던 뭔가 엄청 귀여운 차.



버스에서 내린 후 쿤밍역 앞의 풍경.


내렸더니 저녁때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우선 숙소에 가서 눕고싶어서 공항에서 미리 봐두었던 숙소 쪽으로 이동하는데 자꾸 호객 행위하는 분이 말을 걸었다.

가볍게 '팅부동'하고 무시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가려고했던 숙소의 직원 분이어서 머쓱해졌다.

방을 고르면서 야찐을 내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씨트립이 수수료를 엄청 떼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망할놈들.

+야찐은 보증금의 개념으로 미리 숙소에 내는 돈이다. 물론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면서 돌려받을 수 있다.

직원 분의 영어는 어설펐지만 정말 친절했고, 우리는 마냥 쎼쎼, 팅부동 하며 정산을 끝냈다.

호텔 이름은 우련 호텔 (Youlian Hotel). 하루정도 묵기엔 알맞은 곳이었다. 숙소는 생각보다 깔끔했고, 조식 쿠폰도 받았다 :)

기내식을 두번이나 먹었지만 배가 고파진 우리는 호텔 앞 편의점에서 사온 생수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미처 챙기지 못한 언니의 잠옷 때문에 질책을 듣던 나와 동생은 결국 언니에게 잠옷을 위, 아래 하나씩 뺏기고 티격태격 싸우며 잠자리에 들었다.









      굿나잇, 다이나믹 중국.


겸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