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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의 비행탓에 일어나자마자 더 자고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식 쿠폰을 들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식당으로 향했다.
조식은 중국 느낌이 물신 풍겼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조식을 먹고 말려도 말려도 마르지 않는 헤어드라이기 바람으로 머리를 말린 후 숙소를 나섰다.

체크아웃을 하며 야찐을 돌려받고, 짐을 맡아준 호텔 덕에 홀가분하게 출발했다.


쿤밍은 갑자기 늘어난 스케줄때문에 넣은 것이라 이렇다 할 예정은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시내투어를 하기로 했다. 

긴 여행이기에 체력을 비축하자는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우선 800년이 됐다는 원통사로 향했다.

 

원통사로 향하는 길 전경. 중국다운 빨간색 간판의 거리들.
원통사 입구 모습. 입장료는 6위안.

 

나는 절을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지마다 꼭 들리는 편인데, 각 나라마다 확실한 특색이 보이는 것 같아 더욱 매력을 느낀다.

원통사는 향과 초가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들 간단히 합장을 하고 향과 초를 꽂아놓았다.

 

특히 아름다웠던 연못. 

절의 뒷편엔 티벳에서 선물로 온 사원도 있어서 볼 것이 많았다. 

생각보다 날씨가 좋아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중간에 필름카메라가 고장이나고 말았다.

 

그 다음 목적지는 원통사와 10분 거리인 취호공원. 

매기도 많고 춤추는 사람들이 있어 재밌긴 했지만 딱히 볼 건 없었고 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때문에 조금 후회했다.


공원을 보곤 번화가쪽의 포토스팟이라는 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라도 얻어가자는 심산으로 들렀는데 거기 계셨던 아저씨가 꽤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는 눈치만 살피다 결국 중국어를 모른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고, 아저씨의 장황한 설명이 끝나갈 때 쯤에 우리는 결국 '팅부동'하고 멋쩍게 웃어버렸다.
아저씨가 실망하실 줄 알았는데 왠걸, 껄껄 웃으시더니 마지막까지 설명을 이어서 해주셨다.
(다들 우리가 팅부동, 하면 다들 웃는다. 왜지?)

아저씨의 설명이 끝나고 팜플렛을 받은 후 알려주신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은 옛 건물들을 리모델링한 거리였고, 그 거리를 돌며 옛 중국을 느낄 수 있었다.

옛 시가지를 거닐고 나서는 문을 찾아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러 미리 찾아본 미시엔집으로 향했다.
역시 주문을 못하는 우리를 위해 종업원이 많이 신경써주었다. 손짓, 발짓으로 빨간 국물의 매운 미시엔 두개와 하얀 국물의 미시엔을 시켰다.
미시엔은 조금 느끼한 맛이었고 하얀 국물의 미시엔은 내가 싫어하는 버섯맛이 나서 솔직히 먹는 게 고역이었다.
처음 먹은 중식이 느끼해서 조금 걱정이 됐지만 여행 후반부의 중국 현지 음식은 입맛에 딱 맞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한국 맥도날드에선 먹어볼 수 없는 맥플로트를 시켜 먹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띄운 콜라인데, 뭔가 엄청 웃긴 맛이었다. 뒤로 갈 수록 아이스크림이 녹아 찐득하고 텁텁한 맛이 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 후엔 거리를 돌며 유니클로에서 언니 잠옷을 사고 (중국에서 처음 한 쇼핑이 유니클로에서 잠옷 쇼핑이라니!) 거리를 구경했다.

까르푸에서 맥주와 물을 샀고, 맥도날드에서 따리행 야간 열차를 기다리며 먹을 저녁을 미리 샀다.

좀 걷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짐을 찾은 후 역으로 들어갔다.

쿤밍역은 보안이 철저해 들어가는 길에 두번이나 가방 검사를 했다.
역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고 잠옷을 갈아입은 후 의자에 앉아 빅맥과 맥주를 꺼내 마셨다.

생각보다 야간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들떠서 떠들며 사람 구경을 했다.

 

열차는 폭신폭신한 침대, 4명 방으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세명이 침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편하게 누워서 갈 수 있었다. 

침대 열차는 유럽에서도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폭신 폭신한데다 아늑해서 기분이 좋았다.
딱딱한 침대보다 폭신한 침대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라는 생각을 하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겸 재 :